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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92 호 마블에 떠오른 히어로, 태극기

  • 작성일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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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579
엄유진

▲ 마블코믹스 속 태극기 (출처- 마블코믹스)


 태극기는 서울 강북구의 어느 우중충한 은거지에서 일군의 악당들이 음모를 꾸민다. 강력한 육체적 힘을 부여하는 유전자 조작 실험까지 감행한 이들에게 그러나 곧 날벼락이 떨어진다. 히어로 ‘태극기’가 지붕을 뚫고 소굴로 내려온 것이다. 어깨에 건곤감리, 가슴팍에 태극 문양이 그려진 흰색 쫄쫄이 슈트를 입은 이 근육질 남성은 조용히 읊조린다. “너희 모두 체포한다.”


 미국서 10일 발매되는 마블코믹스 만화책 ‘태스크마스터 #3’에서 새 한국인 히어로 캐릭터 ‘태극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소속 작가 제드 매케이가 지난 5일 쓴 트위터 게시글 덕에 미리 알려졌고, 8일에는 주한 미 대사관 공식 트위터에도 소개됐다. ‘태극기'는 마블 세계관의 주요 악당 태스크마스터의 음모를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만화의 한 장면, 비상하는 태극기 (출처- 마블코믹스)


 이미 마블코믹스에는 국정원 소속 여성 히어로 ‘화이트 폭스’, 천재 헐크 ‘아마데우스 조’, 여자 스파이더맨 ‘실크’, 태권소녀 ‘크레센트’, 상상의 동물 해치(獬豸)로 변신하는 ‘마크 심’ 등 여러 한국계 히어로가 존재하지만, 이름부터 이처럼 강한 한국적 색채를 띤 경우는 ‘태극기’가 처음이다. 다만 “작고 찢어진 ‘태극기’의 눈은 동양인에 대한 전형적인 서구의 편견이 반영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블 영화기업의 원작인 마블 코믹스에 한국인 주인공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뒤를 이어 한국 국기를 달고 등장한 캐릭터 ‘태극기’는 그 의미만으로도 한국이 세계의 문화에 미치는 입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한국 히어로의 등장에 열광하는 것을 넘어서, 동아시아 최초 마블 세계관 속 ‘태극기’를 비로소 미국 할리우드 영화 진출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