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0 호 [칼럼]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며 글로벌경영학과 김은경 교수 글로벌 신흥시장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강의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세계여행은 언감생심, 대신 지구본을 곁에 두고 세계 곳곳을 둘러보곤 한다. 고백하자면 청소년 시절에 지리 과목을 싫어한 이래로 세계지도는 나에게 오랫동안 기피 대상으로 남아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의 신흥시장을 두루 조망하는 데 있어서 세계지도는 지정학적 형세와 국제관계와 땅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의 보고에 접근하는 흥미로운 창구로 다가온다. 신흥시장을 파헤치고 다루다 보면 국가별 흥망성쇠의 흐름 속에서 세상 이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미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예로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권으로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라로 전락했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경제 수준과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추었던 필리핀은 부패정치와 부의 쏠림이 맞물리며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되었다. 그들이 넉넉했을 때 우리는 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이 소원이었던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사랑하는 어린 손녀딸을 위해 보송한 쌀밥을 꽁보리밥 한편에 따로 여며 주었다는 돌아가신 그리운 나의 할머니의 이야기는 흔한 예였다. 밥 먹고 사는 문제는 우리의 역사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화두였다. 프랑스로 유학하러 갔던 첫해, 지방의 한 도시 디종에서 어학과정을 밟았었다. 그 지역 유지 한 분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도 기숙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극동아시아의 학생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만찬을 베풀어주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먹고 또 먹고 산책하고 쉬엄쉬엄 낱말 맞추기도 하고 다시 또 먹고 그렇게 종일 맛난 음식을 대접받았다. 가족 친지들이 모여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그 나라의 크리스마스 풍습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휴가기간 배곯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프랑스식 온정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날 우리는 막간에 각자의 나라를 소개하기 위해 프랑스 백과사전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백과사전에 꼬레 뒤 노르(북한)는 6쪽이고 꼬레 뒤 쉬드(대한민국)는 1쪽 소개가 되어있었다. 충격이었다. 아마도 북한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아직 경제 발전의 궤도에 오르기 전의 통계에 기초했기 때문이리라. 1986년 그해 디종 대학 언어 수업 시간에 나는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소개했는데, 같은 반 동급생 일리노이 주립대 한 학생이 우리나라는 독재국가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파리, 뱅센느에 방을 하나 얻었다. 석사과정 등록을 위해 상경해서 집을 셰어하는 연배 있는 한 커플인 프랑스 남자와 독일 여자, 공무원인 또 한 명의 프랑스인에게 나의 조국을 알리고자 파리 소재 한국문화원에 들러 홍보 책자를 받아 집안에 잔뜩 들여놓았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너희 나라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신이구나’였다. 1980년 서울역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반독재 시위도 했지만 그래도 내 나라는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에 법치가 살아있는 국가라고 믿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꾸만 나를 난감하게 하는 말들을 꺼내곤 했다. 어찌 나의 나라, 나의 조국을 조그맣고 볼품없는 그런 나라로 취급한단 말인가.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하늘을 찌르는 위상과 위엄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어로 랩을 하는 가수의 노래가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우리는 이제 작고 보잘것없는 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버티어내었고 어느덧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세상엔 그렇게 작고 가난한 나라들이 그 곤핍한 상황을 극복하고 멋진 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발트해 연안에 자원도 땅도 그리 크지 않아 구소련의 누더기를 벗어 던진 후에도 여전히 앞날이 막막했던 나라가 있었다. 에스토니아, 그 나라는 남들이 하던 거 따라가면 이미 늦다고 선구자적 결단력을 보이며 IT를 선택했다. 우리가 다 아는 스카이프도 트랜스퍼와이즈도 이 나라의 창의력에서 나왔다. 우리도, 독일 정부도 벤치마킹한 전자정부 시스템도 이곳의 발명품이다. 자원도 없는 작은 나라의 살아남기는 이렇게 어느 리더의 걸출한 지도력으로 훌륭하게 성취되곤 한다. 결핍과 가난, 빈곤은 절망감을 안겨주고 발전을 의심하게 한다. 그렇지만 또 실로 가진 것이 없을 때 우리는 발버둥 치고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 거기서 역전의 기적이 일어난다. 국가의 이야기가 그렇고 개인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미 몇몇 나라가 그것을 보여주었고, 몇몇 아니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그러하다. 결핍과 가난은 결코 예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때론 엄청난 도약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제 720 호 [책으로 세상읽기]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지리적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지리적 관점” ▲자료 이미지 (출처: yes24_홈페이지 ) 누군가 당신에게 “땅은 살아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 답할 것인가?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며 질문자를 타박하거나 당신이 들은 그 질문 자체를 부정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질문은 정말 헛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땅”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멈춰있는 존재인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대해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으로 지리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 바로 “팀 마샬”이다. 책이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재의 국제정세가 자리를 잡게 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령, 중국이 그토록 많은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이유와, 유럽의 열강들은 왜 지금껏 강대국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세계에서 일어난 무수히 많은 전쟁들에 대한 원인들도 모두 지리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마샬은 이야기한다. 이 수많은 부분들 중에서 이 글을 읽는 학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한가지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책에서는 우리나라가 그토록 외침을 많이 받게 되었던 이유 역시 지리적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즉, 산맥이 있으나, 외적들을 막아줄 거대한 산맥이 없었기에 침략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변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며, 외적들을 막아줄 거대한 산맥도 존재하지 않기에 더욱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외교적인 부분이나, 무역과 관련된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나 만약 우리나라가 평화통일을 이뤄낸다면,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더욱 면모를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 책을 읽는 학우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중 “지리적 관점”이라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김종찬 수습기자
제 720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2020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삼진'에 입사한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는 8년차지만 말단 직원이다. 멋진 대리가 되어 자신이 직접 업무를 기획하고자 하는 큰 꿈을 안고, 이들은 승진을 위한 토익 600점 취득을 목표로 토익반 수업을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영은 삼진의 공장이 위치한 ‘옥주마을'에 방문하게 되고, 시커먼 오물이 파이프에 콸콸 흘러넘치는 것을 보게 된다. 마냥 ‘좋은 회사'라고만 생각했던 삼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페놀 방류 문제를 비롯한 비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자영과 의리 있는 계약직 여직원들이 똘똘 뭉쳐 끌어가는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못해 큰 울림을 준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월 14일과 4월 22일에 페놀이 유출됐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실제 사건을 소재 삼았다는 점보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있다. 매사 꼼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획기적인 기획력을 가진 여성, 올림피아드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수학 머리를 가진 여성. 세 명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대리가 되기에 탁월한 자질을 가졌지만, 인문계가 아닌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고, 유니폼을 착용하고 근무한다. 이는 성차별과 학력차별이 만연했던 대한민국의 과거를 선연히 재연한 것이다. 과거에는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엔 크게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비되는 것으로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학교인 데 반해, 특성화고는 취업을 더 우선시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이다. 수업 차시 내에서 직업 교육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교육과정이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 채용되기에는 대학교 졸업장을 딴 이들보다 바늘구멍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4년제 대학교가 아닌 2~3년제 전문제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도 많이 겪는 애로사항이다. 오늘날은, 경제가 부흥했던 예전과는 달리 취업의 문이 더더욱 좁아져, 4년제 대학교를 나왔더라도 이공계 계열이 아니면 대기업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통념상 굳어진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학벌과 학력에 대한 차별이 팽배한 사회가 아닌 개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학력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눈 뜨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이채윤 수습기자
제 720 호 [만평] 바다의 날
[만평] 바다의 날 김다엘 기자
제 719 호 [만평] 가정의 달
김다엘 기자
제 719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카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카트> <영화 카트> /2014 대형 할인점 '더 마트'의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해고통지를 받게 된다.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선희(염정아)를 비롯한 많은 직원은 이를 부당해고로 여기며 노조를 결성한다. 이들은 다시 복직하기 위해 파업을 결심하고 마트를 점거하지만, 노조와 회사의 협상은 계속해서 결렬되고 회사 측의 경찰, 조직폭력배 등의 동원으로 인해 파업은 계속 진행된다. 이와 동시에 선희(염정아)의 고등학생 아들 태영(도경수)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임금 체불을 당한다. <카트>는 2000년대 초 있었던 '까르푸 파업', '홈에버 파업'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이 덕분에 영화는 비정규직 문제, 노동 현장의 열악한 환경, 임금 체불 등 노동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카트>는 주류 영화계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이 덕에 <카트>는 201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각본상, 영화 최우수연기상을 받는 등 여러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일한 만큼 제대로 주세요” 극 중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태영(도경수)의 대사다. 이 대사는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14년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벌써 약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지난 5월 1일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정된 세계 노동절은 133주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노동 현장의 열악, 노조 불이익 등 노동권 침해에 대한 기사는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8.3%로 OECD 평균인 11.8%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또한 통계청은 22년 8월 기준 약 2,000여만의 임금 근로자 중 37.5%인 815.6만 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차별과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수이다. 아직 대학생인 우리에게 노동권과 관련된 문제는 먼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삶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 노동절 133주년을 맞이한 2023년 5월, <카트>를 통해 노동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현지 수습기자
제 719 호 [책으로 세상읽기] 감정 어휘,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감정어휘>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책을 읽으려고 열심히 골라보지만 두꺼운 책이나 흐름이 중요한 책들이 많아 책 읽기를 미루었던 적이 있는가? 경제나 시사 관련된 책들은 내용이 무거워 읽기가 망설여지고 소설이나 만화보단 지식을 쌓고 싶다면 감정과 관련된 언어를 소개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출처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353750) 『감정 어휘』는 인생의 나침반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감정을 구분하고 적절한 어휘를 붙이는 것에 관한 책이다.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1장에서는 감정에 대한 개요를 소개하는데 저자는 감정을 외부의 자극과 내부의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꽃에 비유했다. 꽃이 없으면 열매가 없고 열매가 없으면 씨앗도 없다고 글을 시작하며 우리의 꿈과 희망, 말과 행동, 계획과 목표, 관계를 비롯해 삶에서 중요한 대부분이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하며 1장을 마무리했다. 2장에서는 온도와 관련된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심장이 뜨겁거나 따뜻하거나 차가워지는 것에 대한 감정은 ’감각어‘이며 크게 ‘뜨겁다’와 ‘차갑다’로 구분하고 온도를 좌우하는 요소들을 소개하며 감정을 대해 설명한다. 3장에서는 통각과 관련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에 대해 얘기하면서 묵묵히 견디는 것만이 최선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아픔을 세밀하게 표현한다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이라고 말하며 통각에 관련된 감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촉감과 관련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부드러움과 거친 정도에 따라 나뉘는 감정을 얘기하고 마음결의 상태가 내가 머무는 곳을 이상향과 지옥으로 만든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빛과 관련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밝음과 어두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을 소개하며 어두움 속에서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으며 스스로 빛이 되어 주위를 환하게 밝힐 수도 있다고 하였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으며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고 했다. 기쁨, 절망, 슬픔 모든 방문객을 환영하고 맞아들이라고 얘기하며 책을 마무리지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감정 어휘는 ’옹이‘였다. 옹이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 남의 좋은 일이나 물건을 보고 자기도 그런 일을 이루거나 그런 물건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질투와 비슷하지만 질투와 다른 부러움의 감정을 설명하는 감정 어휘이다. 이 책에는 1000개가 넘는 감정 어휘들이 설명되어 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감정 어휘를 배우는 것은 어떨까. 이은민 수습기자
제 719 호 [사설] 챗GPT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챗GPT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CEO(최고경영자), 대니얼 허트로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슈워츠먼컴퓨팅대 초대 학장이 정기적으로 만나 AI를 주제로 사색하고 대화를 나눴다. 최근 출간된 'AI 이후의 세계'는 대전환이 확실시되는 AI 시대에 대한 이들의 통찰을 담은 책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생성형 AI 챗GPT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학가도 적극적인 활용방안 찾기에 나섰다. 챗GPT는 소설, 시, 음악, 논문 창작은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로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챗GPT가 단 30시간 만에 쓴 책과 전문가와 챗GPT가 함께 쓴 책이 국내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4월 19일 인하대 생명공학과 나노바이오공학개론 중간고사 시험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노트북을 꺼내 챗GPT를 사용하여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 챗GPT는 잠깐의 로딩 후 답변을 산출했다. 학생은 자신이 알던 지식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답을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책을 찾아가며 답을 작성하는 과거의 '오픈북' 시험과는 다른 광경이었다. 다만 챗GPT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쓰는 건 금지됐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그동안 답을 찾는 연습만 했는데 챗GPT를 쓰면서 질문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챗GPT를 완벽히 믿기는 어려워 아이디어를 얻는 정도로 활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챗GPT의 방대한 가능성에 몇몇 대학교들이 챗GPT를 교육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대는 학생들이 챗GPT로 부정행위를 하는 등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챗GPT 학습 활용 방침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안내했다. 연세대는 챗GPT를 이용할 때 결과를 학생이 직접 검토하라는 지침도 함께 내렸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서도 챗GPT 활용을 허용한 상황에서 학계의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 질문하느냐('how to ask')가 중요한 시대로 학생들의 역할은 AI를 활용하고 팩트를 체크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 행정부처, 기업도 직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5월 8일 전국 행정기관 300곳에 '챗GPT 활용방법 및 주의사항 안내서'를 배포했다. 챗GPT의 문제점인 저작권, 개인정보 유출, 답변의 신뢰성, 윤리성, 편향성에 대해 상세히 제시했다. 생성형 AI의 한계로 거짓된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챗GPT가 내놓은 답변은 사실여부 검증과 확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도 ‘챗GPT’에 대한 사내 사용지침을 마련했다. 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업무 효율 증대에 챗GPT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면서, 보안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KT는 챗GPT를 활용할 때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개인적인 사용은 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회사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업무, 기밀 등은 챗GPT에 입력을 금지했다. LG유플러스는 상품, 요금제, 멤버십 혜택 등 대외에 알려진 정보나 익명화된 데이터는 사용해도 되지만, 사내 정책, 회의록 등 회사 기밀정보, 연구정보, 고객 개인정보 등은 사용 금지했다. 또한 챗GPT를 통해 생성되는 콘텐츠가 저작권 혹은 개인정보를 포함 여부를 법적 검토 받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사내 업무용 챗GPT 전용 서비스를 개발해 배포했다. 하지만 보안 이유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챗GPT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 전용 챗GPT 도입에 속도를 내는 대신 사용제한 등의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거대 AI에 대한 이해와 접목이 ‘게임 체인저(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업)’의 요소지만 AI 거버넌스(경영체제)를 수립해 위험 가능성을 줄이는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I 이후의 세계' 저자들은 향후 AI를 파트너 삼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엄청난 격차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며 15세기 인쇄 혁명 이후 인간은 가장 큰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비도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AI 기술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다.
제 719 호 [순간포착] 잠시 쉬어 가도 괜찮아
잠시 쉬어 가도 괜찮아 사진 속 장소는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 가족마당의 한 곳이다. 촬영 중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비눗방울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바람에 몸을 맡겨 휘날리는 비눗방울은 자유로운 영혼 같았으며 그에 몸을 맡겨 신나 하는 아이들 또한 눈동자 속 즐거움이 훤하였다. 성인과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다시금 서울숲을 찾아가니 무척이나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내 자신이 동심으로 돌아가 비눗방울의 움직임에 발맞춰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느꼈다. 대학교라는 캠퍼스의 낭만만을 바라보고 학창시절부터 피땀 흘려가며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잠깐의 숨을 불어넣어 주는 달콤한 휴식 시간이었다. 더불어 사진 속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비눗방울 인지, 사람인지, 사진 밖의 무엇인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도 있어 시각적 재미를 더하는 듯하다. 보통 학생의 시각에서 보자면 논다는 것은 신분에 맞지 않고 공부에 방해가 되며 소중한 시간을 버린다고 하여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것 또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노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점을 가볍게 여기기만 한다면 친구와 잠깐 만나 수다를 떠는 것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까지 사치이며 결국 그 끝에서는 시간의 개념 자체를 사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 시간은 개개인의 열정과 애정이 담긴 것들이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때문에 여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 또한 삶의 일부분이며 열차가 정류장을 하나씩 거쳐 가며 천천히 길을 밟아가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앞과 뒤를 돌아보며 한 발씩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슴우들도 한 번씩은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취미나 여가 생활도 즐겨보며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며 보듬어 줄 수 있는 기량을 가진 학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시원 기자
제 718 호 [기자석] 편견없는 시야
편견없는 시야 세상을 바라볼 때 좀 더 창의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편견이라는 말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 또는 생각'을 의미하며 비슷한 말로는 고정관념이 있다. 많고 많은 단어 중 굳이 편견이라는 단어를 고른 것은 고정관념, 선입견 등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인지의 영역이며, 차별은 직접 드러나는 행동이지만, 편견은 어떤 것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객관적인 것을 볼 때조차 편견으로 바라볼까? 우리가 편견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보통 나쁘고, 논리적이지 못한 견해에 '편견이 있다'라고 한다. 우리는 왜 편견을 가질까? 단순히 경험에 의한 사고방식, 성격, 기타 등등 사람의 특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며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편견에 대한 기원을 찾기 위해 많은 학자가 노력하는 등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 양상은 너무 다양하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쁠까? 창의적인 상상을 하는 데 고정관념의 역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반전을 일으키려면 그만한 정해진 것이 확고할수록 효과가 커진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고정관념 없이 세상을 볼 때 더 창의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사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편견을 사용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하는 것처럼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한다. 물론 이러한 말은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편견을 줄이려면 내 세상을 넓히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인정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인식을 넓혀간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게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요?" 김수정(2012)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보고자 대상을 분석하고 그 결과 중 가장 익숙한 것을 본인이 아는 것에 비교하거나 비유하듯이 살펴본다. 또 너무 많은 대상이 있어도 그 속에서 비슷한 것을 묶어내 공통적인 특성으로 생각하고, 너무 많은 특징이 있어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그대로 기억 속에 저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그 기억을 끄집어낼 땐 아마 공통적이거나, 가장 강렬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수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단일한 사건을 '유형화'하고, 친숙한 범주 속에 넣은 후 그에 따라 행동한다." 고든 올포트 [편견]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MBTI도 일반화와 편견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본인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태도나 습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재단한 특성에 따라 본인의 모습을 맞춘다. 어떤 MBTI 유형은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 '취미는 취미일 뿐'이라고 말해도 사실 이미 스스로 조금씩 만들어낸 프레임에 남들을 맞추거나 본인이 맞추어간다. MBTI의 문제만이 아니라 직업 인식, 학벌, 취미나 성향까지 어떤 것이든 편견과 일반화는 같이 움직인다. 편견은 인식하기 어렵다. 편견에 대해 말하면서도 편견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미 우리는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 SNS로 집단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공동체가 너무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편협함에 대해 인지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듯이 스스로의 생각을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매체가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입하기 때문에 매 순간에도 이것이 온전한 본인의 생각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본인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하냐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 개인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본인 스스로 일련의 과정이나 사고회로를 만들어낸다면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본인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컴퓨팅 사고방식도 아마 이러한 맥락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도 결국 하나의 수단이라 끊임없이 연습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김다엘 기자
이 사이트는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