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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0 호 [독자마당] 우중(愚衆)에서 대중(the popular)으로

  •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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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56
이해람

<문학과 대중문화>-황선애 교수


첫 만남


황선애 교수님의 ‘문학과 대중문화’는 아껴둔 초콜릿 같은 강의였다. 강의평가도 좋고 수업내용도 평소 관심 있던 분야라서 막 학기에 들으려 아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함께 아껴두고 있었던 만큼 강의는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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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방식


초기 수업은 강의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 덕분에 대중문화에 관한 이론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강의식 수업이 몇 주 이어지다 중간고사를 전후로 학생들의 발표도 함께 병행하게 되는데 발표는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받아 한다. 발표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기말에 비평문 과제로 대체한다.


의무적인 발표가 아닌데다 주제도 수업 범위 내에서 본인이 비교적 자유롭게 고를 수 있어서인지 발표에 쏟는 학생들의 열정이 남달랐다. 나 역시 ‘덕후를 찾습니다.’ 코너에서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에 대한 발표를 맡았는데 좋아하는 주제를 발표한다고 생각하니 준비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발표가 끝나면 학생들의 Q&A 시간이 이어지는데 질문을 꺼리는 학생들의 특성(?) 때문에 질문을 할 경우 가산점이 있다. 가산점으로 인해 간혹 무의미한 질문을 던지거나 작은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공격적인 질문도 발생하지만 대체로 교수님의 적절한 조율 하에 건강한 토론이 이어진다.


발표 이외에도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거나 교수님의 질문에 문답하는 등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의 열린 수업이 주로 진행되었다. 또 수업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제출되었던 비평문 중 일부를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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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OINT


이 강의를 특별히 ‘멋진 강의’라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① 이론과 활동의 균형


대체로 교양 강의는 이론적인 지식 위주의 강의이거나 활동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강의들이 대부분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강의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 강의의 특별한 점은 이론과 활동을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이론과 활동의 비율은 거의 50:50으로, 균형 잡힌 수업이 가능했다.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강의식 수업의 단점과 이론적 바탕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는 활동 위주 수업의 위험성을 모두 보완할 수 있었다. 


② 세상을 보는 관점의 확대


강의에서는 주로 대중문화를 보는 관점과 대중문화와 문학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동안 대중문화를 별다른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소비만 했던 이들에게 대중문화를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간은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이론적 바탕으로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틀’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수업이었다.점점 ‘취업학교’처럼 변해가는 대학수업 속, 비판적인 시각을 향유한 지식인을 양성하는 대학 본연의 취지에 충실한 수업이라고 생각되었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발표를 들은 후 진행된 심도 있는 토론도 넓은 관점을 가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와는 다른 이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나눌 수 있어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다만 가끔 공격적인 질문들이 있고 발표를 자주하는 사람들이 정해져있다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별 토론’의 방식을 생각해보았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교양 강의의 장점을 살려 조별로 여러 의견을 깊이 있게 나누는 조별 토론의 방법을 적용한다면 공격적인 질문들도 줄어들고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③ 교수님의 열정과 섬세함


앞서 다양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가장 매력적이고 빛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수님의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늘 정확하게 지켜주시는 수업 시간과 꼼꼼하게 준비된 수업 자료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절로 경건하게(?) 수업에 임하도록 하였다. 사실 교수님께서 엄청난 화술을 구사하시는 달변가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열정적인 수업을 찬찬히 듣고 있으면 깊은 지식과 통찰력이 그대로 느껴져 어떤 말씀을 전달하고 싶으신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화려한 강의 실력보다도 수업을 향한 열정과 준비성이 좋은 강의를 만드는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열정이 크다고 해서 섬세한 부분들이 무시되었다면 결코 이 강의를 좋은 마음으로만 듣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교수님께선 열정과 비례하는 섬세함으로 점수에 민감한 학생들의 심리, 또 남녀갈등이나 세대갈등과 같은 예민한 사회적 이슈들, 수업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 받는 학생들을 모두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섬세하면서 동시에 열정적인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뜨거운 열정에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써주시는 교수님의 섬세함이 더해져 멋진 강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줄 정리


누군가 이 과목을 추천하는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비판의식이 결여된 채, 수동적으로 세계를 대하던 현세대의 대학생들에게 경종이 되는, 교양수업다운 교양수업”이라고 말할 것이다. 교수님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중우(衆愚)’가 될 뻔 했던 대학생들을 능동적이고 현명한 ‘힘 있는 대중’으로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위 글은 '내가 수강한 멋진 강의 에세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국어교육과 4학년 이강현 학우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