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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7 호 ‘PC’,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치적 올바름’ 그 어디쯤에 대해.

  • 작성일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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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60
송수연

 ‘PC’ 혹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알고 있어도 그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 용어는 잘못 정의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political correctness. 줄여서 ‘PC’, 번역해서 ‘정치적 올바름’은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시작해 1980년대 다른 인권 운동과 함께 강하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PC는 출신, 인종, 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 종교, 직업, 나이 등을 기반으로 한 언어적・비언어적 모욕과 차별을 지양하는 사회 정의를 추구한다. 즉, PC는 차별 없고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표현 방법에 있어 변화를 이끄는 의식 또는 행동을 말한다. 용어의 낯섦과는 달리, 이는 이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하나이다.


 '정치'는 국가의 일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단어이다.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나 어떤 단어의 수식어로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올바름’의 개념 또한 심히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올바른 것, 즉 정답을 찾는 듯한 기준 없는 용어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해석하는 게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치적이다. 올바르다. 이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단어에 그 내용의 의미를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기 쉽다. PC는 인터넷 속도에 발맞춰 의미의 확대가 빠르게 재생산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대표적인 사회 소수자 집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형평성 없고 한 쪽에 치우쳐진 대우, 그 전반에서 균형을 맞추고 평등을 얻어내고자 하는 여론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변화에 발맞춰 용어를 더 쉽고 명확한 뜻으로 고쳐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완곡어 운동, 언어 순화 운동, 내지는 언어적 중립 운동과 같은 것이 그 예시이다.


 PC는 ‘살색→살구색,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 국제결혼여성→이주여성,’처럼 단어 자체에서 가져오는 차별적인 뉘앙스를 아예 다른 언어로 바꿈으로써 해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게으르다’ 대신 낙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회에서 용인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는 넓적한 나뭇잎에 음식을 담아 먹는 부족을 취재하면서 꼬박꼬박 그 나뭇잎을 그릇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별것 아닌 일에도 상대가 오해를 받을 상황을 미리 예측해 배려하는 언어 선택을 하는 것 또한 PC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은 아무 생각 없이 써 오던 단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되어 특정인에게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시킨다.


 반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의 추구는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정치적 올바름의 잘못된 해석은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언어와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인 평등과 수용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수의 집단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통해 한쪽으로 편향된 또 다른 시선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지나치게, 완곡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행동은 또 다른 차별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논쟁의 여지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선발하는 자체에서부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소수자들을 구별해내고, 원하지도 않는 개혁을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엔 개인의 감정과 주관적 생각이 들어간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short(키가 작은) → vertically challenged(수직적 어려움이 있는), fat(뚱뚱한) → horizontally challenged(수평적 어려움이 있는) 이 단어에 대해 재정립한 정치적 올바름의 정의만 봐도 이미 또 다른 차별과 새로운 불쾌감을 낳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가.


 우리 사회는 아직 정치적 올바름의 운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만큼 그 어떤 차별의 반응에 대해 민감한 나라도 없다.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주제이다. 비하나 편견이 담긴 의미, 또는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은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의식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인식이 되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간과하고 실수하기 쉬운 부분을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시켰다는 점에서 '정치적 올바름' 운동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 편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많이 결핍돼 있다고 하고, 한 편에서는 이미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PC 운동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동참하든 하지 않든 결국 반대나 지지나 길은 같다. PC의 본질과 의의의 길은 결국 하나다. 불리하거나 불쾌한 것이 없도록 평등과 균형이 맞는 세상. 이를 언어 사용과 대우의 변화를 통해 변화하는 것. 이것이 PC를 지지하는 자나 반대하는 자, 모두 같이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곳이다.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