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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2 호 [영화로 세상읽기]과거와 미래의 거울, 현재

  • 작성일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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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378
엄유진

 제 2차 세계대전이 얼마 남지 않던 어느 날, 전쟁 중 남편을 잃고 아들과 살아가는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그녀의 사유지에 위치한 둔덕을 발굴하여 무엇이 있는지 밝히기 위해 고고학자 바질 브라운을 고용한다. 발굴을 진행하던 중 브라운은 둔덕 아래 배가 묻혀 있던 흔적을 발견하며 전사나 왕과 같은 위인의 무덤이라고 추측하며 발굴을 계속 이어간다. 이 소식을 들을 대영제국 박물관은 국익을 이유로 소유권을 넘길 것을 주장하며 함께 작업을 이어간다. 계속 된 작업 끝에 메로빙거 왕조의 금화를 발견하며 암흑시대인 6세기 앵글로색슨 시대의 유물임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그 유적지는 프리티 부인의 사유지이기에 유물의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고 법정공방 끝에 유물의 소유권은 프리티 부인에게 돌아간다. 이후 유물을 기증해달라는 부탁으로 고심 끝에 프리티 부인은 대영박물관에 기증하고, 전쟁의 시작과 함께 브라운이 유적지를 정리하며 영화 <더 디그>는 끝이 난다. 


 영화 <더 디그>는 존 프레스톤 원작소설을 영화화 하였고, 1939년 영국 스퍽지방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삽’과 ‘발굴’ 이라는 단어로 서두와 결말을 장식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들은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배경이 제 2차 세계대전이므로 그들은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그 전쟁의 흔적을 알고 있다. 이처럼 발굴로 시작해 그동안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새로운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 이다. 영화는 6세기부터 현시대, 미래까지 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죽, 우리의 현재는 어느 순간의 과거이자 미래인 것이다. 


 ‘삽’과 ‘발굴’을 통해 누군가의 과거이자 미래를 찾아나서는 브라운은 “인간이 최초의 손자국을 동굴 벽에 남긴 순간부터 우린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언가의 일부가 됐어요. 그러니 정말로 죽는 게 아니죠.”라고 이야기 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표현 할 정도로 하루를 보내는 것에 의미를 두고 벅찬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연 하루를 보내는 것에만 의미를 두어도 괜찮은 것 일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올바른 미래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단순한 하루가 아닌 그 하루 속에 의미를 찾아나가는,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오늘을 보내길 바란다. 


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