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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2 호 [독자마당] 당신이 기다리는 봄은 무엇인가

  • 작성일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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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665
엄유진

이해람 (역사콘텐츠 · 4)

 

매년 3월 1일, 날씨는 조금씩 바뀌더라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긴 추위와 폭설을 깨고 넓은 들에 싱그러운 꽃이 핀다.


 1919년 3월 1일,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 민중들은 거리에 모여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독립을 선언했다. 이날 민중들은 조선의 독립과 자주, 평화와 평등을 외쳤다. 이날 이후로 이 땅의 계절은 봄임을 외친 것이다. 그들은 독립선언서를 통해서도 “새봄이 세계에 와서 만물의 소회를 최촉하는도다”라며 겨울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런데 올 3월 1일, 전국에 비와 눈이 내렸다. 따스했던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의 기운’이 돌아야 할 시기에 하늘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이번 봄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


 102년 전도 마찬가지다. 민족해방운동이면서 사회혁명으로서 3·1운동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더라도 3·1운동은 해방을 ‘당장’ 가져오진 못했다. 일제로부터 조선 민중이 해방된 것은 1919년으로부터 26년이 더 지난 해였다. 또한 당시 민중이 외쳤던 구호들, 이를테면 독립선언서에도 나오듯 ‘자주와 독립’, ‘세계의 평화’와 ‘모든 인류의 평등’을 위한 외침은 102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라는 독립선언서의 말이 무색하게 차별과 빈곤이 사회경제적으로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올 3월 1일 내리는 비와 눈도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3·1운동이 시사하는 봄이란 조선 민중의 독립, 세계의 평화, 모든 인류의 평등이다. 그러기 위해 외친 것이 일제를 비롯한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 착취에 대한 해방선언이었다. 이 선언을 위해 민중은 연대했고, 권력에 항거했다.


 2021년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무엇인가. 저마다의 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얀마 민중들의 봄은 민주화일 것이요, 부당 해고된 노동자들의 봄은 복직일 것이요, 빈민들의 봄은 만성적인 빈곤의 종말일 것이다. 봄은 늦어졌으나,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나긴 투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해낸 것처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학우들의 봄은 무엇인가. IMF 직후보다 심각한 실업의 종말인가, 일상화된 차별로부터의 탈출인가, 코로나19 이후 ‘정상적인’ 일상의 회복인가.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세상, 봄이 올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102년 전 3월 1일 조선 민중들이 보인 것처럼,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