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693 호 [영화로 세상읽기] 좌절의 시작부터 극복의 끝까지

  • 작성일 2021-04-0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3894
김채연


 라이아 샤보프와 버네사 커비가 함께한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이 지난 17일에 개봉했다. '그녀의 조각들'을 보다보면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결혼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가족의 부고 탓일까그녀의 조각들 역시 가족 간의 이야기를 욕망과 분노슬픔과 고통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주된 플롯은 아이를 유산한 여자의 좌절과 극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가족의 공백을 담담하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듯주인공 마샤의 감정선이 '그녀의 조각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영화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 숀과 곧 엄마가 될 산부 마샤의 가정적인 이야기로 영화의 막을 연다다들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며 기대가 앞선 모습을 보이곤 한다태어날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계획해나가기도 하고지인들에게 자신의 포부를 즐겁게 이야기하기도 한다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연인이었던 것이다그들을 파국으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잘못 온 산파였을까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바람 핀 숀이었을까아니면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아버린 마샤였을까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을 '아무의 잘못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가족들은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에 산파를 고소하지만마샤의 한구석에는 아이의 죽음보다 더 지켜야만 하는 최소한의 인간성과 윤리의식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우리는 살아가며 자신의 짐을 덜어내기 위해어딘가에 기대기 위해 누군가를 탓하곤 한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한 장면


 '그녀의 조각들'은 마치 수건돌리기 게임 중 수건을 넘겨주는 것처럼 자신의 짐을 떠넘기는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영화의 결말에서 마샤의 행동이 그것을 증명하듯감독은 잘못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결과를 순응하고 극복하며 다시 성장하는 삶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단순히 아이의 유산과 그로인한 남편의 불륜 영화로 볼 수 없다인간의 욕망절망좌절슬픔극복성장을 모두 담아내고 있기에 영화 속에서 마샤가 뜻을 '깨닫듯'이 우리 역시 감독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인간의 본능과 욕망성장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 영화 '그녀의 조각들'을 꼭 한 번 감상하길 바란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