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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3 호 [책으로 세상보기] 코로나로 점령당한 세상, 그 속에서 인권을 생각하다.

  • 작성일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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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855
이은영

 

 

코로나가 세상을 덮은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익숙해졌고 QR코드 체크와 출입명부작성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세상에서 걱정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 감염 여부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없던 사회 현상을 겪으면서 우리는 인권과 차별이라는 문제를 너무 쉽게 간과하고 넘겼다.



이 책의 저자는 UN 인권위원이자 성북구 13번 코로나 확진자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확진된 경로와 격리치료 생활, 그 후의 경험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다른 코로나 경험자들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격리되어 있으면서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등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에 확진된 경로와 치료 과정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다룬 다른 확진자들의 이야기와 차별된 점이 있다면 ‘인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권에 초점을 맞춘 경험담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다른 시사점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감염병과 인권, 이 두 단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사회에서 이미 충분히 대두되고 있던 문제이다. 코로나 확진자의 모든 동선이 세세하게 공개되던 시절 확진자의 동선은 종종 조롱거리가 되었고, 주위 사람들과 ‘코로나 발병보다 사생활의 노출이 더 꺼려진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였다. 어느 정도 확진자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농담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쏟아지는 코로나에 대한 뉴스나 기사는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극적인 것이 더 쟁점이 되었다.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예비확진자들은 진실이 아닌 보도에도 개인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책의 저자처럼 이미 코로나에 걸린 확진자에게 거짓은 그 어떤 칼날보다 더 날카롭고 아프게 다가왔다.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였다. 이 책은 인권에 대한 전문가가 저술하였으므로 확진된 이후 격리되어 일어난 사건 중 어디서 어떻게 인권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코로나가 발생한 후 몇 년 전에 메르스 감염되었던 사람의 가족을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확진자와 그 가족들이 ‘바이러스’ 그 자체로 취급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확진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역시 비슷하게 확진자들은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격리대상으로만 여겨졌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치료는 대부분 신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도 동반된다고 한다. 평생을 사회와 살다가 사회와 강제적으로 격리당해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매우 고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 저자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사람들에게 공익을 위한 일이라며 인간적인 권리마저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확진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거나 이들의 권리만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시사하고 있듯이 적어도 그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