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6 호 눈을 속이는 다크패턴, 교묘해진 소비자 기만
눈을 속이는 다크패턴, 교묘해진 소비자 기만
구독경제와 모바일 앱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개입하는 온라인 상술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해 불필요한 결제를 하게 만드는 이른바 ‘다크패턴’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사용자 환경(UI) 또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기만적 상거래 행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0월 24일부터 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온라인 다크패턴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해석 기준과 권고사항이 담겼다. 특히 사업자가 소비자의 오인이나 불합리한 결제를 유도하는 UI·UX 설계를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 처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앞서 2023년 4월, 다크패턴을 행위의 작용방식과 피해 유형에 따라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등 4개 범주, 19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중에서도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 책정’, ‘특정옵션의 사전 선택’, ‘잘못된 계층 구조’, ‘취소·탈퇴 방해’, ‘반복 간섭’등 6개 유형을 중점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다크패턴의 유형별 사례
소비자의 인지적 취약성을 이용한 구조적 기만 행위인 다크패턴은 여러 업계에서 발견된다. ‘특정 옵션의 사전선택’은 소비자가 원치 않아도 유료 옵션이 자동으로 선택되어 추가 결제가 이루어지는 형태다. 유료 추가 상품을 반드시 선택해야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또 다른 유형인 ‘숨은 갱신’ 은 무료 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 금액이 증액될 때, 별도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계약이 갱신되거나 서비스 요금이 결제되어 원치 않는 피해를 입게 된다.
‘잘못된 계층구조’ 유형 역시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 항목을 시각적으로 더 강조하는 유형으로 쿠팡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결제 단계에서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누르는 파란색 버튼의 문구를 ‘결제하기’에서 ‘동의하고 구매하기’로 변경했다. 색상과 위치는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게 한 채, 사실상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반면 ‘나중에 결정하고 구매하기’ 버튼은 배경색과 같은 흰색으로 처리해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가격 인상에 동의하게 만든 기만적 행위로 판단해 쿠팡을 포함하여 콘텐츠웨이브, 엔에이치엔벅스, 스포티파이 등 4개 사업자에 총 1,0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같은 다크패턴은 금융 서비스 앱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토스의 소액 보상형 이벤트는 반복 노출과 심리적 압박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토스는 ‘용돈 받기’, ‘송편 만들고 1000원 받기’등의 미션을 통해 사용자의 계정 연동과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 은행 적금 가입이나 증권 계좌 개설을 사실상 강제하는 구조였다. 또한 ‘다른 이용자가 얼마를 찾아갔다’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사회적 신뢰를 강조하며 참여를 압박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의 참여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유발해 비합리적 결정을 유도한다.
한편, 배달앱 업계는 이번 지침에 따라 시스템을 수정했다. 요기요는 메뉴 기본가격에 필수옵션 최소금액을 더한 금액을 표시하도록 개편했으며, 배달의 민족은 필수 옵션이 없는 경우 ‘0원 옵션’을 설정해 추가 비용 없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첫 화면에서 본 가격으로 실제 주문이 가능해야 한다며, 일부 가격만 노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 ‘0원 옵션’이 없는 주문 화면. (사진: 배달의 민족 옵션 설정 캡처)
또한 취소·탈퇴 방해 및 반복간섭 행위도 명확히 규제된다. 가입은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가능하지만 탈퇴는 상담원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하거나, 계정 비활성화나 요금제 변경만 허용하는 사례는 모두 위법이다. 소비자가 탈퇴나 결제를 취소하려 할 때 버튼을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하거나 여러 단계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 역시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입점업주에게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2025년 7월 29일 현장 간담회에서 6개월의 준비 기간이 부여된 만큼, 계도기간 이후에는 고의적 위반은 물론 몰라서 위반한 경우까지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직권조사,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다크패턴의 부작용
기업의 입장에서 다크패턴은 단기적으로 고객 유지와 수익 확보에 효과적일 수 있다. 구독 해지율을 낮추거나 사용자의 앱 이용 빈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시장에서는 한 명의 이용자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다크패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선 소비자 권익이 침해된다.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거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제공하도록 유도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 소비자가 기업을 불신하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충성 고객을 잃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의 디지털 소비 문화가 왜곡된다. 기업 간 경쟁이 정직한 서비스보다 유인 전략에 집중되면 전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법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EU는 2022년 디지털 서비스법(DSA)에서 다크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서 규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기만적 설계를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다크패턴의 동의 유도(사진 : https://nocutnews.co.kr/news/5911679)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교묘히 속이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기업 자신에게 돌아온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 운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업은 해지 절차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개선하고, 결제나 개인정보 제공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스스로의 선택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다크패턴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정한 디지털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진정한 경쟁력은 소비자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업들이 명심해야 한다.
이은탁, 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