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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7 호 ‘비혼 출산’, 우리 사회가 준비할 것은? ​

  • 작성일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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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129
방효주

- 화제로 떠오른 ‘비혼 출산’

  최근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비혼출산을 하는 과정을 유튜브로 공개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이에 비혼 출산 자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유리의 사례와 같은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이 불법으로 인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미혼자인 경우, 서면 동의서의 해당 배우자 칸을 공란으로 두면 된다. 즉, 미혼자의 인공수정은 원칙적으로는 시술 대상자도, 시술 시행자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우리나라에서 비혼 출산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생명윤리적 지침으로 인해 인공수정 시술은 부부를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이는 의료 현장에서 법 규정처럼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사회현실 속에서 사유리의 행보는 응원을 받으며 비혼 출산에 대한 지지를 일으킴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비혼 출산이 인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 비혼 출산, 여성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

  비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쪽에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그 이유로 꼽았다. 결혼을 결심하는 여성의 비율이 적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가 되고자 결정할 권리를 기혼여성에게만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결혼제도 틀에서 벗어나 ‘비혼모’ 등의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하며, 그와 더불어 여성 본인의 결정을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일본에서 받았듯이 이미 일본, 미국, 영국, 스웨덴, 스페인,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비혼 출산이 양성화되어 있으며 유럽연합 27개국 중 17개국이 비혼 출산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여 여성들이 결혼여부에 상관없이 스스로 출산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혼 출산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출산율’ 때문이다. 현 우리나라 출산율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지난 25일에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는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출생아 수가 30만 명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을 희망하는 청년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을 해야만 출산을 허용해주는 사회적 규정은 앞으로의 출산율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비혼 출산이 공식적으로, 사회적으로 양성화가 된다면,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이 힘들지만 출산에는 뜻이 있는 여성들이 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출산율에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비혼 출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 비혼 출산, 비윤리적인 선택

  한편, 비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취하는 쪽에서는 ‘아이의 권리’를 그 근거로 들며 비혼 출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혼 출산은 산모가 자기결정권을 통해 선택한 결과이다. 하지만 비혼 출산으로 탄생한 아이의 의견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선택이다. 아직까지 사회적 분위기는 남녀가 혼인한 부모가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아직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않고 산모 혼자 선택한 결과를 아이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비혼 출산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인공수정의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미혼 여성이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인공수정을 통한 비혼 출산이 비윤리적이라는 의견 역시 비혼 출산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미혼 여성은 인공수정을 위해 정자 기증을 받아야하는데 정자를 기증받는 과정에서 여성이 원하는 정자를 선택해 인공수정을 한다면, 유전자 선택, 우생학 등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일본처럼 정자 기증을 위해 인터넷 등에서의 개인 간의 정자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사고도 무시할 수 없다. 정자 기증자가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바라서, 혹은 고의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속이는 경우도 있고, 불법 정자 매매 등 정자 기증이 악의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비혼 출산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과 이에 필요해진 사회적 조처

  비혼 출산에 대한 찬반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유리의 출산에 대해 언급하며 "비혼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비혼 출산 양성화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비혼 출산 및 인공 수정 시 발생할 윤리적 문제점 혹은 의학적 위험, 높은 비용 부담 등은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에 대해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외국과 문화적·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비혼 여성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가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말을 전하며, 외국의 경우와 동일하게 윤리적 기준을 적용한다거나 이에 대한 명확한 대처방안도 없이 성급하게 비혼 출산 양성화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비혼출산이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만큼 사소한 문제마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윤리적 기준을 다잡고 그 기준을 어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후에 일어날 문제와 혼란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혼 출산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 역시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에 맞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하는 등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정자 매매 등 비윤리적 행위 방지와 정액기증을 통한 감염성 질병 예방을 위해 정액 기부와 사용에 있어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혼출산에 관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사회는 점점 더 다양성을 인정하며 포용하는 길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윤리적 숙제들을 잘 해결해 안정적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방효주 기자,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