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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2 호 끊이지 않는 폭력 – 학교 폭력 미투

  • 작성일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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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659
엄유진

나에겐 악마 남에겐 천사, 두 얼굴을 가진 가해자 


 과거 당했던 폭력에 대한 고통을 쉬이 잊을 수 있는 피해자가 있을까. 끔찍한 기억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히 살아남아 피해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피해자에겐 악마였던 가해자가 남들에겐 천사처럼 비춰지는 상황에 대해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가해자의 폭력 행위를 고발하며 가해자의 가면을 벗겨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최근 이러한 폭력 미투 사건 중 학교폭력 미투에 대한 정보들이 온라인을 점령하고 있다. 흥국생명 소속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가해 행동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온라인에서 스포츠계, 연예계 등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주장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학교 폭력 미투를 계기로 현재 학교폭력 사건은 어떻게 다뤄지고 있으며, 끊이지 않는 학폭 미투 논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학교폭력에 대한 변화된 인식 


 ‘애들이 원래 다 싸우면서 크는거죠 뭐~ 애들끼리 해결하게 둡시다.’라는 말이 용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의 다툼과 따돌림 등이 성장하는 과정 속 당연히 존재한다고 인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 학교폭력의 수위가 높아져 하나의 범죄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청소년기 친구들과의 가벼운 싸움과 따돌림을 쉬이 넘기는 행동은 현 시대에선 상당히 위험하다. 그 시달림을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성장과정으로 인식되던 일들이 지금은 언어, 왕따뿐 아니라 폭행, 협박 그리고 성폭행으로도 이어지고 있기에 학교폭력은 더욱더 큰 심각성을 띄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학교폭력의 처벌에는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가장 보편적으로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처벌로는 피해 학생에 대해 서면으로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피해학생에게 다시 복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학교 내에서 봉사를 통해 처분을 진행하는 처벌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에 대한 특별교육 이수하거나 심리 치료를 받기도 한다. 또한 출석정지나 심할 경우 퇴학 등으로 처분을 받기도 한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폭력의 처벌 수위를 높이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단순히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사라지게 할 근본적 해결책이 되어 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민재판식으로 대가를 치를 시 학교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에도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대처방안은 찾아야 하는가. 



새로운 폭로가 끝없이 나오는 이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가진 채 살고 있습니다.” 폭력 피해자 A씨가 한 말이다. A씨의 말처럼 폭력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그 상처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처벌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증거가 있다면 민, 형사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발생 당시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가, 이후 형사 처벌이나 민사 소송으로 억울함을 풀려고 하는 경우 어려움이 있다. '공소시효'와 '소멸시효' 때문이다. 폭행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고, 민사적 손해배상의 경우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3년이면 소멸된다. 현실적으로 처벌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한, 시효가 끝나기 전이라고 한들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이 가해지지 않기도 하고 증거가 없다면 사과조차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은 지연된 정의라도 바라며 폭로를 이어나간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폭로가 이어지는 이유가 제때 제대로 된 해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폭력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의 회복이다. 그러나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따돌림 등의 경우 폭력으로 규정되고 있으나 학교나 회사 등 폭력이 일어나 곳에서 자체 해결로 종결되거나 경미한 수준의 징계로 끝난다. 기록조차 남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소외된 폭력 피해자는 봉합되지 않은 상처와 갈등을 떠안게 된다. 이에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따르는 한편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피해자를 위한 구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폭로가 일견 통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한 사람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올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근거 없는 내용의 폭로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져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사실무근’, ‘법적대응’ 등의 입장으로 논란은 일단락되지만,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경우 대중에게 한번 박힌 이미지는 변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폭로에는 항상 책임감이 뒤따른다. 


 최근에는 SNS,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여러 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익명 커뮤니티는 일종의 '대나무숲' 역할을 하며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안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내가 퍼뜨린 말이 사실이 아닌 거짓일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정유빈,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