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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2 호 동북공정 - 왜곡되고 사라지는 우리의 역사

  • 작성일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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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293
엄유진

사라지는 한국의 역사, 또 다시 불어오는 동북공정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인 환구시보에서 ‘중국의 김치 표준화’라는 기사를 쓰며 한·중 간 ‘김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매체는 지난해 11월 28일 ‘쓰촨 지역’의 소금을 절인 채소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 인증을 받자, 김치는 파오차이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측은 ISO가 인증한 것은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이며, 김치와 파오차이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한국의 김치가 중국어로 ‘파오차이’로 번역되고 판매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중국은 김치뿐만 아니라 한복에도 ‘중국화’의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해 10월 말 중국 게임회사의 한복 캐릭터 논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 네티즌은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이니 중국 옷이며, 중국 명나라 의상이라고 주장했다. 

▲ 중국 문제의 게임 속 한복, 게임 ‘샤이닝니키’


‘김치 논쟁’과 ‘동북공정’, 둘의 연관성은?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한 목적은 동북 3성의 역사적 연고권을 확실히 해둠으로써,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영토분쟁과 국경분쟁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 한반도에 강대한 국가가 탄생하면, 옛 고구려 영토였던 만주 지역의 고토를 회복하려 할 수도 있으므로, 고구려사를 아예 중국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그런 분쟁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또한 고구려사가 중국사가 되면,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와 조선도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흡수된다. 


 통일 다민족국가관에 따르면,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하나이므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도 ‘중국 것’이 된다. ‘김치 논쟁’과 ‘동북공정’이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동북 3성의 역사가 중국 역사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도 중국 것이 되고, 결국 ‘파오차이’도 중국 것이 된다.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반론 


 동북공정은 한국의 입장에서 옳지 않은 인식이기 때문에 한국은 이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학계에서는 여러 반박 자료들을 내놓았다. 고구려연구회에서 밝힌 의견에 의하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면 중국의 정사에 기록이 있어야 하지만 고구려사가 정사가 아닌 부록편에 실려있다는 점에서 고구려는 독립국가이다. 또한 이곡의 <가정집>을 보면 이곡선생과 게이충이라는 원의 사신의 대화에서 이곡선생이 고려는 삼국시대 이래로 풍습과 언어가 중국과 달랐고 법제도 역시 독자적이었으며 진과 한나라 이래로 중화의 신화였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자 게이충은 삼국시대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신채호 선생의 <독사신론>에는 고구려, 부여, 신라, 백제, 가야가 한 뿌리라고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고구려 역시 신라와 백제처럼 우리나라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 학계뿐만 아니라 개개인 역시 동북공정에 반박을 하며 나섰다. 유명한 트로트가수 송가인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입은 사진과 함께 “김치도 한복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거예요 제발”이라는 글을 올리며 동북공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복 동북공정으로 논란이 발생했던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의 개발사인 페이퍼게임즈에 항의와 한국 누리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메일에 한복의 역사에 대한 자료도 첨부해서 보내고 뉴욕타임스 전 세계판에 김치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도 동북공정에 반박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다. 샤이닝니키의 한복 동북공정 사건 초반에 국내 이용자들은 동북공정에 크게 반발을 하였다. 이 반발은 SNS에 #한복챌린지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본인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나 그림작가들이 가상의 캐릭터에게 한복을 입힌 게시물을 올리는 “한복챌린지”로 이어졌다. 또한 '스카이:빛의 아이들'이라는 게임에서 갓에 대한 동북공정이 일어났을 때 국내 팬들은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게임 개발사가 그러지 못한 모습에 실망감을 표출했고 결국 게임 개발사에서는 사과문을 올렸다. 중국의 유튜브에 올라온 김치 영상이나 쌈 영상에는 누리꾼들이 댓글로 우리나라의 문화임을 주장하며 외국 유튜브 이용자들이 볼 수 있게 영어로 번역해 댓글을 달기도 하였다. 

▲ 한복챌린지, ‘스카이:빛의 아이들’ sns 사과문 (출처- 인스타그램)



미래를 위한 관심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잘못된 문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이에 한국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를 지키고자 자신들의 소신을 밝히면서 중국의 주장에 항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동북공정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온라인을 통해 중국의 주장이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인의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에서 동북공정에 대해 맞설 때 다른 비난이나 욕설로 논점을 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온라인은 여러 국가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공정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SNS이용자들이나 누리꾼들이 힘을 모아 “한복챌린지”같은 우리나라 문화와 관련된 캠페인을 더 많이 진행하는 것도 올바른 문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나 기업의 차원에서 역시 해외에 올바른 한국의 문화 인식을 알리고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동북공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개인이 이에 맞서고자 하였을 때 공식적, 국가라는 벽들은 크게 느껴질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의 문화는 한국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와 문화는 단순히 과거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동북공정같이 문화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문화는 남의 나라 문화가 되거나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남의 나라의 것이 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북공정같은 사건들에 큰 관심을 갖고 문화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채연,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