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693 호 급상승 검색어의 빈자리...여론은 '갑론을박'

  • 작성일 2021-04-0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6165
김지현

  2021년 2월 25일, 네이버에서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이와 동시에 뉴스토픽, 검색차트 서비스가 종료함과 동시에 과거와 달리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통해 큰 사건사고나 그 시간대의 이슈를 알기 힘들어졌다. 정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2005년 시작되어 다양한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생생히 반영하여 큰 인기를 끌던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종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폐지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우선 급상승 검색어는 최근 수차례 조직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같은 단어를 입력해 순위를 올리는 수법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특정 상품 마케팅 수법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용 당시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와 같은 단어가 지속적으로 급상승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정치적 다툼의 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검색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네이버의 주 수입원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노출되는 광고인데 2016년 국내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네이버가 2020년에는 구글, 유튜브 등에 의해 검색어 점유율이 50%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네이버가 얻고 있던 광고수익이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 측은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2월24일 오전 8시37분 네이버 모바일 실검. 한국경제



네이버의 행보에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 엇갈려

  2019년 10월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급상승 검색어 차트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47.4%, 급상승 검색어 차트 유지에 응답한 사람은 38.6%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다. 또 같은 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폐지 찬성 의견이 46.7%이고 반대 의견은 26.5%로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 반면 KISO가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는 이용자 63.7%가 급상승 검색어 차트 유지에 찬성하였다. 이렇게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차트 폐지 행보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급상승 검색어 차트 폐지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사람들은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차트는 이미 순기능을 잃고 선동에 악용되거나 역이용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없애는 편이 낫다며 구글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화면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급상승 검색어 차트 조작 같은 것이 가끔 의심될 때도 있고 그 차트를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했는데 차트가 폐지됨으로 인해 깨끗하고 청렴한 정보문화가 형성되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 “시간이 지나며 결국 기사 유통과 관련된 독점 권력을 유지하는 한 도구로 전락한 케이스가 돼버렸다.”고 하며 “부작용이 있었는데 오히려 포털이 실검에 포획돼 놓지 못하고 있던 측면이 컸다.”라고 평가하며 급상승 검색어를 부정적으로 봤다. 


  실시간 차트 폐지에 부정적으로 반응한 여론은 평소에 급상승 검색어로 많은 정보를 알거나 그 시간대에 일어나고 있는 타인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는 단점을 호소하였다. 또한급상승 검색어 차트는 전 국민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여론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급상승 검색어 차트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들이 여론을 접할 기회를 없애고 여론을 통제하는 것이라 보는 의견들도 있었다. 동국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정용국 교수 역시 “실검은 이른바 ‘초단기 여론’으로 재밌고 유용한 서비스로 평가할 수 있어 폐지에 반대한다.”라고 하며 “여론 형성의 힘을 가지지 않는 시민들도 얘기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실제로 이상우 연세대 교수가 2019년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급상승 검색어에 5점 척도 평균 3.08점으로 비교적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응답자들은 급상승 검색어의 긍정적인 면으로 최신정보제공, 정보를 빠르고 쉽게 탐색할 수 있는 유용성, 즐거움 등을 꼽았다. 



급상승 검색어폐지일각에서는 회의적 

  급상승 검색어 폐지에 대해 네이버 측은 사용자들의 인터넷 서비스 사용 행태가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맞춘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는 기존의 ‘급상승 검색어’ 및 뉴스 콘텐츠가 존재하던 첫 화면에 ‘검색창’과 인공지능(AI) 검색 버튼 ‘그린닷’을 넣었다. 또 기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대신해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데이터랩은 주제어를 설정하면 기간별/연령별/성별별로 나눠 조회할 수 있는 검색어트렌드로 시작해 쇼핑 인사이트, 카드사용통계, 지역 통계, 댓글통계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3월 31일까지 기존 ‘급상승 검색어’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네이버는 기존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대신해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공개하고 있으나 일각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오히려 지난해 2월 다음앱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 지 일 년 만에 이뤄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의 폐지가 국내 포털 업계 3, 4위인 네이트(NATE)·줌(ZUM)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트와 줌은 비록 네이버와 비교해 이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지만, 실시간 검색어와 랭킹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네이트 판과 같은 사이트는 여러 이슈, 폭로를 다루는 글이 올라오면서 새로운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각종 학교폭력, 성폭력 이슈도 이곳에서 최초 폭로됐다. 글을 익명으로 작성 가능하며, 연예·스포츠 글에 대한 댓글 기능이 여전히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 익명의 커뮤니티를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뉴스 순위를 폐지한 네이버와는 정반대로 지난해 8월 주요 뉴스를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하는 서비스 '오늘'과 가장 많이 조회한 뉴스 순위를 제공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네이트 관계자는 네이트 판의 인기 비결은 속깊은 이야기와 공감이라며 실시간 이슈 키워드 서비스 폐지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3월 25일 오후 5시 25분 네이트와 줌의 모습



폐지 후 곳곳에서 불편 호소..아직은 지켜봐야 

  급상승 검색어가 폐지되면서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오전부터 구글 시스템 앱 문제로 카카오톡·네이버 등 일부 앱이 작동되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 이에 사용자들은 오류보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폐지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기존에 사건, 사고 알림 역할을 했던 했던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가 없어지면서 정보를 얻을 곳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 측이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 대한 결정을 하게 만든 여론 조작 등의 문제 해결은 폐지 후 약 1달 이후인 현재에는 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온라인 매체 기자는 실검이 없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어뷰징보다 질로 승부하는 기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고토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네이버의 실검 폐지를 두고 언론계 종사자의 78%가 “긍정적”이었다. 이성규 미디어고토사 편집장은 실검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트렌드 장사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지만, 노하우를 갖춘 매체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실검 폐지를 계기로 언론 환경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따라서 사라진 실시간 검색어 차트의 효과를 속단하기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은영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