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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3 호 물납제 도입 논의 … 현금이 아닌 미술품과 문화재로도 세금 납부가 가능해질까?

  • 작성일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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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868
정유빈

[학술] 물납제 도입 논의 … 현금이 아닌 미술품과 문화재로도 세금 납부가 가능해질까? 



■불상 경매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물납제 


▲간송 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간송 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문화재를 수집하여 국보의 해외 유출을 막은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지난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영난을 해소하고 막대한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보물 제285호로 지정된 ‘금동 보살 입상’을 경매에 내놓았다. 이는 국가의 주요한 문화재였기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매에 나온 고려 불상 2점을 사들였다. 미술계는 간송미술관 고려 불상 경매 사건을 시작으로 문화예술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물납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물납제. 과연 어떠한 제도일까? 


  물납제란, 조세 따위를 물품으로 납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물납제도의 물납 대상은 부동산, 채권,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으로 한정이 되어 있다. 현재 논란이 거센 원인은 물납제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물납제도의 물납 대상을 유가증권에서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데 이 물납제 개정과 관련해서 도대체 왜 끊임없는 잡음이 나오는 것일까? 물납의 대상 확대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양 측은 어떠한 근거로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문화예술품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제도,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을 중심으로 


  우선, 물납제의 물납 대상을 문화재와 미술품까지 포함하여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으로는미술계와 문화계가 중심으로 조세를 문화예술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 가치가 있는 문화예술품이 상속세 때문에 팔려나가는 현실을 타개하고,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에 보내어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전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으로 낸 문화예술품을 팔아서 현금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 미술관, 박물관에 보낸다면 결국 국민들의 문화 복지 향상에 힘쓸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품과 문화재는 조세로 인정되지 않는 기존 물납제는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 세계로 흩어지는 것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이유로 가치 있는 문화예술품을 국내에 보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예술품 물납제 도입이 필요한 또 다른 주장으로 문화예술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들었다. 이 주장의 근거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의 시대 별 경매 가격의 차이를 확인해 보면 된다. 세계적인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살바토르 문디는 1950년대에 비해 가치가 급상승하여 2017년 4억 5천 3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5천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으로 낙찰되었지만, 누가 낙찰했는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이렇듯 국제 시장에서의 문화예술품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미술계와 문화계는 이러한 예를 들어 물납으로 받은 문화예술품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국부 또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품 물납제도 인정을 통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더더욱 방지해야 함을 촉구한다. 


  반면, 반대의 여론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유가증권은 현금화가 용이하지만 문화예술품은 가치평가 자체가 모호해 현금화가 어렵고 결국 이 부담은 오롯이 국가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예술품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감정 시스템을 통해 감정 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 문화예술품으로 조세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화예술품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필요한데, 문화예술품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잦았던 적이 많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감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019년을 기준으로 정부는 국내 미술품 매출 시장 규모가 약 4천 146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미술품을 포함하면 시장의 규모가 최소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지하 시장에 있는 문화예술품은 결국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예술품의 특성상 공정한 가치판단이 어려워 물납제의 물납 대상에 미술품, 문화재가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제출하며 물납제 도입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로에 선 물납제, 과연 어디로 나아가고 있나 


  지난 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조세 물납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조세 물납제 개정에 대한 이슈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를 내비치고 있다. 문화예술품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는 점과 재벌들이 자산증식의 수단이나 상속 및 세금의 경우 미술품과 문화재를 향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세 물납제 개정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내는 새로운 조세 물납제. 해외 반출을 막아 국민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한 목적일까 혹은 재벌들의 조세회피 수단일까. 기로에 선 물납제,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