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호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202110483@sangmyung.kr 수습기자 양현준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출신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는 모 비트코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에 사겠다는 것이었고, 어느 한 영국인은 2달러를 주고 라스즐로 핸예츠에게 피자를 사주며 비트코인 1만 개를 받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만 비트코인의 현재 가치는 3,700억(2022년 5월 24일 15시 기준)가량이며 최고가 기준은 무려 8,700억에 달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이길래 10년 만에 피자 2판이 수천억이 되었을까. 과연 비트코인은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비트코인은 무엇일까
비트코인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낮아져 가는 기성화폐를 대신하여 만든 새로운 가상화폐이다. 경제학에서 변하지 않는 원리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물건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은 갈수록 그 값이 내려가게 된다. 여기서 화폐 역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부터 현재 코로나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는 많은 양의 화폐를 찍어냈으며 가치가 낮아졌다. 달러가 올랐고 원화가 올랐다는 말은 그저 두 화폐를 비교한 값에 불과하다. 여전히 화폐가 잔뜩 발행되고 있기에 이대로라면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고 실제로 화폐를 대량으로 찍은 나라의 금리는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 위험에서부터 자유로우며 가치는 많은 사람이 사고 거래할수록 높아진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권력의 개입 없이 작용하는 새로운 화폐라는 의의가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암호화폐이며 물리적인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 가상화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모든 거래자의 거래 장부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쉽게 기존 은행 시스템에 비유해보면, 상대방에게 돈을 전달하려면 직접 만나는 게 아니라면 대개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를 한다. 은행은 제 3자인 중개자로서 은행 장부에 이체 내역을 기입하여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보증한다. 그리고 이체 내역은 은행의 중앙서버에 대개 저장된다. 이런 모습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중앙서버 시스템에는 문제점이 있다. 정보를 한곳에 보관하기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는 해킹 등의 문제로 서버가 손상을 입는다면 모든 기록이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수많은 서버에 나눠 보관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을 분산형 시스템이라고 한다. 책을 한번 떠올려보자. 책은 인쇄를 통해 같은 책들이 수많은 사람의 책장에 보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책이 몇 권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수천 권의 책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사라지진 않는다. 블록체인이 바로 분산형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를 블록이라 하며 수많은 거래 내역이 쌓여 새로운 블록들을 쌓아 연결 지어 보관하는 것을 체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써 가치가 있을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어찌 보면 종이 다발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화폐로 인식하기에 집이나 물건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는 이유는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수백만 원의 금액이 변동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부를 얻기 위해 비트코인을 그저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 경제적 자유란 각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즉, 돈을 씀에 있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현재로서는 실물경제와 자산의 격차가 크며, 은행저축 역시 정말 큰돈이 있지 않은 이상 부를 축적하기엔 부적합하다. 또한, 노동을 통한 소득은 한계가 있어 노동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경제 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체 투자 자산에 사람들이 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중앙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닌 24시간 투자가 가능한 접근성 좋고 수익성이 높은 비트코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화폐의 인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또한, 중앙 권력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화폐로써 역할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과 정부는 유동성 공급능력(화폐 통제력)을 상실하면 존폐의 위기가 온다. 경제를 적절히 통제할 수단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는 것을 바라만 볼 이유가 없다.
게다가 기존 화폐보다 더 쉽게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사회적 측면에서도 신뢰를 받기 어렵다. 돈세탁, 마약,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던 N번방 사건까지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암호화폐를 골라 범죄에 악용한 사건 역시 발생하고 있다. N번방 사건에서, N번방 운영자들은 보통 암호화폐를 입장료로 받았다. 이는 익명성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국내 거래소의 경우에는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KYC(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운영자에게 비트코인을 보낸 지갑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의 경우에는 국내 거래소들과 다른 실명인증(KYC) 절차를 거치기도 하기에 해당 거래소가 고객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수사에 협조하는지가 중요하다. 해외 거래소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트코인보다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 ‘모네로(XMR)’다. 지난달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N번방의 주범은 모네로를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내역과 거래 지갑 주소를 볼 수 있는 대부분 암호화폐와 달리, 모네로는 지갑 주소와 거래 금액 모두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암호화 기능을 추가해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그렇기에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카드결제를 할 때, 혹시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돈을 송금할 때, 혹시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단 한번도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미 충분히 빠르고 편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10분정도가 걸리며, 완결성이 이루어지는데 최대 한 시간이 걸리고, 비교적 수수료까지 높은 비트코인 결제를 굳이 할 이유가 있을까. 결제 속도를 빠르게 하고, 수수료를 낮추는 기술을 도입한다해도 이는 큰 이점이 될 수 없다. 심지어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종이다발이 화폐라는 인식까지 바꾸어야 한다. 다양한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기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로서는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이다.
<참고문헌>
마크의 지식서재(2021),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비트코인 원리, 2021. 1. 15., 2022. 7. 19., <https://www.youtube.com/watch?v=5dkaMkcTgNA>
박현영(2020), ‘N번방’ 참여자들, 비트코인 거래내역으로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SIGNAL, 2020. 3. 23., <https://signal.sedaily.com/NewsView/1Z0B77ZY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