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호 우리 모두의 전기
우리 모두의 전기
201710846@sangmyung.kr정기자 임지혁
참새들이 앉아있는 전선에 흐르는 전기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운영의 중추가 되는 나라의 것일 수도, 아니면 그것을 운영하는 어느 회사들의 것일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이 주인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재의 성격을 크게 가지고 있으며 우리들의 현대 사회는 전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9월 15일의 순환정전 사태는 전면적인 대정전 사태가 아님에도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학계에서도 전력 소비를 분석하고 정전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필요가 있었을 지 되묻는 등 많은 연구가 있었다. 이는 전기의 공급이 단시간 끊기는 것 조차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전기에 대한 민영화 논의, 다시 말해 전기 시장에 대한 시장자유경제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비싸지는 밥값과 동결되는 전기 요금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말 그대로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19의 영향 등 여러가지 것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단적으로 지금의 물가는 확실히 비싸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물가와 금리 모두 상승세에 있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이며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기사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상세히 다룰 것이다.
이때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오르는 이 시대에 전기세(이하 전기요금)는 오르지 않는 것일까? 가령 국내 전기 발전의 주축은 여전히 화석 연료를 이용한 것인데, 가장 친숙한 화석연료인 주유소의 기름값은 이미 1년새 50% 가까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전기 요금은 이번 7월에야 4.3% 상승했을 뿐이다. 약 40년 간의 소비자 물가 변동률과 전기요금 변동률을 비교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은 대체로 소비자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았음을 살펴볼 수 있다. 수익성을 악화시킬,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 그래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기 산업의 배경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
전기는 태초에 민영이었다. 백열전구로 유명한 토머스 에드슨(Thomas Alva Edison)의 회사는 뉴욕 멘허튼에 처음으로 전력 시스템을 설치했고 이 회사는 오늘날 GE라는 이름으로 전기 사업 분야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혹은 주정부는 그것의 관리와 감독만을 행할 뿐 전기 산업의 주체적인 확장은 온전히 민영의 전력 회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소 결이 다르다. 한국에 전기가 도입된 것은 19세기 후반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의 판단과 고종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기 전등이 설치된 곳은 경복궁이었다. 이후 진고개(오늘날 명동 부근)에 전력망이 설치되며 민간에도 전기가 보급되는데 이를 시공한 회사는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성전기회사’이다. 이렇듯 처음부터 국가 주도의 성격이 강했던 한국의 전기 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전후복구에 이르기까지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으며 그 성격이 모호해진다. 4.19 혁명 이후 정권을 이어받은 장면 내각은 이러한 전력 시장에 개혁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당시 국내 전력망을 운영하던 전력3사를 통합하고 민영화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전력 회사들을 통합하여 공사 체계로 전환하여 완전 공영화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한국전력주식회사(이후 한국전력공사)가 설립되었고 국내 경제 개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렇듯 전기 분야에서 공공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이 시급하게 근대화를 이루어야 했고, 이후에는 경제 성장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목적에 의하여서 한국의 전력 시장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사회적인 목표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고도성장기가 끝나는 즈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1980년대부터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한국은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맞이한다.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큰 이슈가 찾아왔다. 이런 시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자신의 경제 구조에 개편을 시도한다. 오늘날의 비정규직이 체계적으로 사회에 자리잡도록 하였고, 행정기관이던 철도청은 한국철도공사가 되었으며 공기업 한국통신은 KT로 민영화되었다. 한국 산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력거래소, 5개 발전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분사된 것이다. 전력 산업은 어느 정도 안정된 수준에 이르렀고, 한국 경제의 성장도 둔화되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한국의 전력 시장을 맡기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수 있겠으나 다만 그 사이에 전기는 보편적인 복지 차원의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예전에는 여름철 전기세 폭탄의 주범이자 사치품이었던 에어컨은 이제 생활의 필수제가 되었고,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는 전기레인지도 가스레인지를 대체하는 추세에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의 한국 전력 시장은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목표로서, 제한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적용하여서 운영하였다.
탄소 중립과 엉망인 경제
지금까지 한국의 전력 시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인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었다. 만약 시대적 상황이 바뀐다면 목표에 부합하도록 얼마든지 정책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최근 인류는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유명한 1997년의 교토 의정서를 비롯하여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문제 등 지구 생태계 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가령 옛날에 디젤 자동차는 연료 이외에 요소수를 넣을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출 가스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요소수를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환경 위기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점이라는 인식 하에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주안점은 바로 탄소 배출이다. 사실상 오늘날 인류의 모든 활동들은 탄소를 배출시키는데 그 중에서도 전기를 만드는 발전 분야의 탄소 배출량은 다소 비대하다. 2018년 국내 기준, 발전 분야 탄소 배출량은 총 2억6960만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37.1%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므로 RE-100 등, 발전 분야의 친환경 정책은 (탄소 배출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를 실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는 햇볕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이상적인 조건과는 거리가 멀고, 풍력 발전을 하기에는 (제주도 정도를 제외한다면) 바람이 일상적으로 강하게 불어오지 못한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돈이 안 되는’ 결과물을 유발하고는 한다. 그러나 한전은 공적인 목적을 가진 공기업이기에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이러한 경제적이지 않은 업무를 달성해야만 한다. 놀랍게도 한전은 아주 약간의 요금 인상과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통하여 기업으로서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어 나가려고 했다. 대략 2021년까지는, 어느 정도까지는 말이다.
2020년 코로나 이후의 전 세계적 공급난,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그 즈음부터 시작된 세계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유가의 급등. 이러한 위기들이 종합되면서 2022년의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그리고 한전은 큰 적자를 기록한다. 한전이 방만했던 것일까? 그것이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신재생-탈원전 때문일까? 애초에 수명이 다 된 원전 이외에는 꾸준히 운용 중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의 시기이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기업이 위기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한전은 두 가지의 영수증을 받아들고 있다. 하나는 신재생 에너지 확충에 대한 영수증, 나머지 하나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영수증이다. 둘 모두 단기적인 문제라고 단언할 수 없으므로 한전 스스로는, 즉 지금과 같은 자산 매각으로는 이를 감당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자산 중에서는 한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위해 투자된 것이 상당수이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분야에 악재이기도 하다. 결국 전기 요금을 인상하거나, 혹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전기 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 탓에 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므로 후자의 것이 현실성 높을 것이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현 위기 속 에너지 기업들에게 지원 방침을 세운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정부와 민간이 협동하여서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전은 기존에 작성하였던 탄소중립의 로드맵을 따라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문 기사에서 누군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장이 개편된다면, 즉 전기 시장에 대해 자유 시장 경제를 도입한다면 탄소중립, 에너지 위기 해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번 정부의 민영화의 주창자는 경영 효율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에 대해서 먼저 논증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7월 6일, 전력공사(EDF)에 대한 국영화를 발표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주권을 보장하려는 조처”라고 한다.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가?
<참고문헌>
“The Rise and Fall of Nikola Tesla and His Tower”, by Gilbert King, Smithsonian Magazine, Feb 3. 2014
“Edison vs. Westinghouse: A Shocking Rivalry”, by Gilbert King, Smithsonian Magazine, Oct 11. 2011
“The history of GE: From Thomas Edison to jet engines to being kicked out of the Dow”, by Aarthi Swaminathan, Yahoo Finance, Mar 23. 2019
"우리가 잘 몰랐던 전기의 역사 (1부)”, by GE Reports Korea, GE Reports Korea Newsletter, Dec 10. 2019
“[대한민국 제1호] 전기” by Sunghoon Lee, Chosun Ilbo, Feb 8. 2011
“국내 첫 전기발전소 터 경복궁 영훈당서 발굴”, by Hyeonwoo In, Hankook Ilbo, May 27. 2015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History. (2005). 한국문화사 p12~15.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History
Seik Park. (Aug 15, 2021).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쟁, 시대 앞선 천재들의 월드엑스포. Busan 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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